-
믹스커피와 전기포트일상 기록 2023. 5. 3. 11:59
-
애초에 집에는 믹스커피 자체가 없었다. 이미 회사에서의 믹스커피 섭취가 상당했기 때문에 집에서만큼은 마시지 말자 스스로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. 그러나 퇴직 이후, 모닝커피 없이 하루의 시작이 안 됐던 나는 집 안에 굴러다니던 전기포트로 믹스커피를 타먹기 시작했다.
-
집에서 믹스커피를 타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아침에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는 행위 역시, 하나의 루틴이 되었고 그만큼 전기포트와도 가까워져 나름 애정(?)을 가지고 관리했다.
-
"이 참에 전기포트 바꿀까?"
"잘 쓰고 있는데 왜?"
"아니, 오래됐기도 했고..."
"고장이 안 났잖아. 며칠 전에 세척해서 내부도 깨끗해"
"꼭 고장 나야 바꾸나... 색도 누렇게 됐고 쓸 만큼 썼으니 바꿀 때 되긴 했지"전기포트는 애당초 기능이 단순했고, 실제로도 물 끓이는 용도로만 사용했기에 기기 자체는 상당히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없었다. 외관이 좀 누렇다고 해서, 단순 물 끓이는 용도일 뿐인데 굳이 바꿔야 하나 싶었지만, 꼭 고장 나야 바꾸냐는 말에 살짝 동요가 되었다.
-
결국 새로운 전기포트를 구입했다. 여태껏 쓰면서 불편했던 점을 모두 해소해 줄 수 있는 제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. 하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직 새 제품이 낯설어 물을 끓일 때 예전 전기포트를 사용한다.
'곧 익숙해질 거야'
스스로 다짐도 해보지만, 뭐랄까.. 아직 마음 한편에는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을 놔두고 새로운 것을 또 들여놨다는 죄책감이 들어서일까? 뭔가 좀 많이 불편했다.
-
그러나 계속 망설이는 이런 모습은 새 제품을 사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 기존의 전기포트를 주민센터 수거함에 넣어둘 예정이다. 그동안 내 삶의 일부가 되어줬던 것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며...
'이제 정말 안녕'